이글 홀든은 스물 네살이었고, 제국의 적법한 후계자 중 하나였다. 물론 후계자라는 것은 다만 혈통을 이야기 할 뿐이고 그가 황좌를 움켜쥘 가능성은 몹시 낮았다. 그는 셋째였고, 위의 두 형들은 몹시 건강했을 뿐만 아니라 후계의 자격을 논하는 것에도 모자람이 없었다. 따라서, 그는 어쨌거나 살던 방식대로 살기로 아주 오래 전에 결론을 내렸다. 내키는 대로 세상을 떠돌고, 또 원하는게 있다면 취하고……. 뭐 그런 삶 말이다.
이글의 부친, 다시 말해 지금의 황제, 아버지는 이글의 그와 같은 방종, 그러니까 말하자면 고귀한 혈통에서 비롯되는 책무나 책임감이나, 아니면 또 다른 것들, 구체적으로 일컫자면 통치에 관해서는 영 관심을 보이지 않는 태도를 기꺼워했으므로 이글은 별 무리 없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했다. 황자들이 고만고만하거나 황태자인 다이무스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서 경쟁 시킬 요령이라면 몰라도 다이무스는 흠을 잡기 힘든 황태자였다. 그의 자리는 견고했으므로 황제는 굳이 이글을 두어 일을 번잡스럽게 하지 않고 적당히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게 두었다. 이글로서도 크게 해가 될 법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황궁 안에서 답답하게 살면서 언젠가 다이무스가 자기를 처분하고자 마음먹기를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다이무스라면 충분히 친동생에게도 암살자를 보낼 수 있었다. 자기는 높은 자리는 영 머리가 아프고 왜 하는지 모르겠다만은, 그가 하는 일이 이해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던가? 적어도 이글에게 다이무스는 이해하거나 통찰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그렇게 존재할 뿐이다.
프리츠에 발을 들이게 된 데에는 별 뜻이 없었다. 여행은 발길이 닿는대로, 그리고 어쩌다 소문이 들리는 대로 갔다. 이글의 발을 끄는 것은 어디의 술이 그렇게 맛있다던가, 축제가 끝내준다거나, 그도 아니면 어디서는 창녀를 암살자로…, 아니 암살자를 창녀로… 쓴다고 하던데 밤기술이 그렇게……, 죽는게 칼에 맞아 죽는지 아니면……. 뭐 그렇다.
프리츠의 마술사 여왕은 유명했다. 물론 이글의 관심을 끌었다 시피 썩 좋은 뜻으로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온건한 표현이 프리츠의 창녀이고 가장 비싼 화대를 받는 여자였다. 프리츠의 마술사들은 대대로 다른 왕들, 귀족, 전사들과 성교함으로 그들의 승리를 더해주곤 했다. 웬만큼 부유하고, 별다른 까닭이 없다면 전쟁을 앞두고 프리츠의 여왕과 하룻밤, 아니면 반나절, 적어도 한시간은 보내는 게 관례였다. 전투가 활발할 수록 프리츠는 재화를 갈퀴로 쓸어 모으듯 했다. 여왕에게 밉보이지 않은 이상 그녀의 축복은 금화 앞에 공평했기 때문이다.
다리를 벌려서 번 돈으로 프리츠는 성세를 이루었다. 혹시모를 전투를 앞두고 행운을 기원하기 위해 각 국가에서는 나서서 교역로를 세웠고, 잘 닦인 길이 있다면 자연스레 상인이 짐을 끌기 마련이다. 여왕의 소문을 듣고 나선 사내들도 교태를 부리는 창녀들 앞에서 쉽게 바지춤을 풀었다. 이글도 적당한 창녀를 만나서 싸고 말 예정이었다. 그가 프리츠의 관문에 들이민 신분패는 황족의 먼 방계쯤 되었고, 황가에서 융통해주는 자금은 여왕의 허벅지를 잡아 벌릴 만큼이 안 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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