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물결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자글자글하게 넘실거리는 짙은 남빛의 수면 위로 노을빛이 넓게 깔렸다. 흰 구름은 노을빛을 배껴내다가 다시 회색의 짙은 음영을 감추고, 또 푸른빛을 띄우기도 했다. 밀어닥친 파도가 신코를 매만지다가 아쉬운 듯 물러나고, 재차 밀려오기를 반복했다. 드렉슬러는 노을이 지는 바다를 보는 것이 솔직하게 오랜만이라고 인정했다. 유년 시절, 해안가 근처의 별장에 머무른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어찌 되었거나 그는 아틀란티코 드라군 소속이었고, 정식으로 용기사가 되어 연차를 쓰게 되어도 연구실에 틀어박혔으면 틀어박혔지 바닷가에 유람하러 올 일은 없었던 것이다.
“아름답군.”
로라스가 다가와, 드렉슬러의 곁에 앉았다. 팔에 붕대를 감은 인간 남성의 외양을 하고 있었다. 추락한 직후에 비하면 제법 피 냄새가 옅어졌다. 드렉슬러는 그가 손수 치료했던 상처를 떠올리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새끼들. 결국 하나도 남김없이 숨통을 끊었으니 욕을 하는 게 아니라 들을 처지겠지만 드렉슬러는 서슴지 않았다. 새삼 죽은 적들에게 애도를 표하기에는 그가 전장에 머무른 시간이 적지 않았던 까닭이다. 로라스는 드렉슬러의 욕설에 대꾸하는 대신 약하게 웃었다.
“연락은? 언제 온대?”
“…내일 오전 중에 헬기를 보내겠다더군.”
씨발. 드렉슬러는 또 작게 욕을 했다. 로라스도 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드렉슬러는 로라스의 취향이 그 자신과 같은 고상한 어투이고, 그럼에도 드렉슬러의 성질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로라스는 드렉슬러의 용이었고, 드렉슬러는 로라스의 기사였다. 그리고 용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기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이다. 개중에는 기사의 가학 성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드렉슬러는 제법 온건한 편이다.
“미안하네. 내가 그때 잘 피했더라면…….”
하여간에 불평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드렉슬러는 쓸데없는 자책 같은 건 하지 말라며 손을 저었다. 그야 로라스가 본신의 상태에서 피막에 바람 구멍이 나지 않았다면야 진작 본부로 돌아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드렉슬러는 지나간 과거에 만약을 대입하고 후회하는 성정이 아니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어떻게 되돌린단 말인가. 게다가 그의 용이 부상을 입은 데에는 기사인 그의 책임도 있었다.
“오랜만에 바다 구경도 하고, 좋지 뭐.”
드렉슬러는 뒤통수에 손깍지를 대고, 그대로 누웠다. 몇 없는 귀한 용과 그의 기사이니 마냥 버려두지는 못할 것이다. 칼의 시대가 지고 총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용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 무기였다. 단단한 비늘로 감싼 대부분의 부위는 총탄을 거뜬히 튕겨냈고, 파괴력 또한 우수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로라스는 드렉슬러의 여유로운 태도에 다소 안심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단단히 벼린 칼을 찔러 넣으려 해도 되레 쇠를 구부릴 육신을 입고는 몹시 무른 인간처럼 굴곤 했다.
“그러고 보니 바다에 오면 꼭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로라스는 드렉슬러와 눈을 마주쳤다. “…허락해 주겠나?” 그러니까 여기서 섹스를 하자는 뜻이었다.
드렉스러는 ‘무슨 미친 소리야.’의 ‘무’ 자를 깨물어 죽였다. 그는 대뜸 거절하는 대신에 다소 조심스러운 어조로 “정말 하게?” 했다. 로라스의 눈매가 약간 가라앉았다. “안 되나?” 그야 당연히……. 드렉슬러의 눈길이 붕대가 감긴 로라스의 팔뚝으로 옮겨갔다. 인간으로 화해 있으면 회복이 더딜 것이 분명한데도 로라스는 용으로 있으면 제대로 치료할 약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굳이 모습을 바꾸었다. 지성인이라면 바닷가에서 맺는 성관계에 회의적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로라스가 드렉슬러에게 무른 만큼, 드렉슬러도 알게 모르게 로라스에게 물렀다. 드렉슬러는 깊은 숨을 토해냈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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