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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ss

[벨글] 드랍드랍드랍

처음부터 선택권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는 있을 지언정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에 애닳고 싶지는 않았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도, 선천적인 색각 이상증을 타고난 것도 마찬가지다. 불만을 토로해도 부정해도 소용없는 일이니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발목 좀 베자.”

 

발도와 동시에 몸을 낮추며 돈다. 아련한 비명소리와 함께 피가 튄다. 납검한 뒤 빈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 탁한 회색 액체가 묻어나온다. 혀로 핥자 비릿한 맛이 났다. 머리카락도 얼굴도 희어 얼굴선을 구분하기 어려운 미인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 같았지만, 뭐 어떤가. 작은 형이야 원체 고상하신 성품이라 이런 걸 질색하기야 한다마는 그걸 맞춰주며 살 수는 없지 않나. 여자인 나 보다 더 깔끔 떠는 꼴이 가끔은 기겁스럽기도 했다. 합동 임무의 하고 많은 참가자 중에서 하필 내가 작은 형이랑 페어가 된 건지.

 

이쪽 구역은 대충 정리 된 것 같은데? 들리는 기척도 없고.”

 

나는 흑백과 그 사이의 무수한 회색으로 덮인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으로 무언가를 살피려는 것은 아니다. 멀쩡한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다보니 굳어진 불필요한 습관 같은 것이었다. 오히려 시각보다는 청각에 의존하는 편이다. 일정 범위 내의 생명체는 심박이나 옅은 호흡으로 파악하곤 했다.

 

잠깐.”

뭔데?”

조심해라, 이글. 그쪽에 뭔가.”

 

작은 형의 긴박한 목소리가 채 마무리 지어지기 전에 무언가 기이한 것이 몸을 덮쳤다. 염동력인가? 아니, 좀 다르다. 관절을 뽑을 듯 몸을 당기다가 짜부라트릴 듯 압박한다. 감각이 자리를 튼다. 몸의 축이 제멋대로 기울고 꺾여 구역질이 치밀었다. 흐릿해져가는 의식 사이로 작은 형이 외치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지만 분명치 않았다. 대꾸할 힘은 더더욱 없었다. 그대로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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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ㅅㅇㅅㅇ드랍함

언젠가 마저 쓰겠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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